[불교 미술]반가사유상 - 시공간을 ‘사유’하다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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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불교 문화유산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 중 하나가 국보(옛 지정번호 78호, 83호)에 해당하는 금동반가사유상입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인 금동반가사유상을 어떻게 우리가 활용하고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반가사유상의 의미
금동반가사유상을 알아보기 전에, 반가사유상의 의미를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반가사유상은 왼쪽 다리를 무릎 위에 올리고, 오른쪽 다리를 반만 가부좌한 자세에서 오른손 손가락을 볼에 살며시 댄 채 생각에 잠긴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입니다. 이 자세를 한자로 표현하여 ‘반가(半跏)와 사유(思惟)’를 하고 있는 불상이라고 하여 반가사유상이라고 명명합니다.

반가사유상은 싯다르타 태자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다가 명상에 잠겼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인도의 간다라 불상에서 시작되어 중국에서 5~6세기에 유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만들어진 반가사유상들은 싯다르타 태자상이었으나, 이후 교각미륵보살의 협시보살로 등장했고, 북제 시대에는 반가사유상이 단독 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7세기에 반가사유상이 크게 유행했으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반가사유상들은 협시보살 없이 모두 단독상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의 존명은 우리나라에서는 명확한 명문이 없어 확실하지 않지만, 주로 미륵보살의 사상적 및 양식적 특징을 고려하여 미륵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반가사유상들은 '미륵반가사유상'이라고도 불립니다.


2. 금동반가사유상의 제작 시기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 78호와 국보 제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교 문화유산으로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사학자인 고유섭 선생님의 논고가 있으며, 그 이전에도 일본 학자들이 금동반가사유상의 출토지와 관련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동반가사유상은 어디에서 출토된 것일까요?

세키노 타다시(關野貞, 1867~1935)는 국보 제 83호가 경주 오릉 부근의 폐사지에서 출토되었다고 보고했으며, 이나다 순스이(稻田春水, ?-?)는 1910년에 충청도 벽촌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보 제 78호의 출토지에 대해서도 세키노 타다시는 경상도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고했고, 사이토 타다시(齋藤忠, 1908~2013)는 경상도 안동 부근에서 출토되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출토지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하여, 당시 불교 미술의 양식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국적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국보 제 78호와 제 83호의 국적에 대해 백제, 신라, 고구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왔으며, 제작 연대에 대한 정보 또한 부족하여 연구자 간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1) 국보 제78호의 제작 시기
우선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은 두광을 제외하고 모두 온전히 전해지는 금동반가사유상입니다. 3탑형 보관(또는 일월식)을 쓰고 천의와 군의를 입은 채 돈좌 위에 앉아 골똘히 사유하고 있는 불상입니다. 먼저 보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금동반가사유상의 머리에는 3개의 탑이 조형되어 있는데, 가장 우측에 있는 탑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복원이 가능합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국보 78호 보관의 디지털 복원 모습
(사진출처 : 이뮤지엄 및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


보관에 탑이 있는 도상은 미륵보살에서 많이 나타나며,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3탑형 보관은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관에서 유래하여 발전한 것으로, 인도 간다라의 보살상, 중국 돈황석굴과 운강석굴 등지에서 나타납니다. 이러한 양식은 점차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되어 유행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가사유상의 얼굴은 타원형에 긴 얼굴, 길고 큰 코 등 외형적 특징이 <연가 7년명 금동불입상>(539년)과 <계미명 금동삼존불입상>(563년)과 유사합니다. 얼굴이 점차 넓어지고 광대뼈 표현이 두드러지는 과정을 거쳐 금동반가사유상의 얼굴로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은 이들 불상보다 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며, 6세기 후반 이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좌측부터 <연가 7년명 금동불입상>(539년), <계미명 금동삼존불입상>(563년), <금동반가사유상>
(사진출처 : 이뮤지엄 및 국가유산청)


2) 국보 제 83호의 제작 시기

국보 제 78호와 함께 비교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가사유상으로, 정교함과 잔잔한 미소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머리에는 3개의 반원이 이어진 삼산관 또는 연화관을 쓰고 있으며, 관의 표면에는 장식을 표현하지 않아 화려한 보관을 가진 제 78호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국보 제 83호는 아쉽게도 비교할 수 있는 편년 유물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몇몇 친연성을 보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특히 북제의 570년 전후 작품들과의 유사성이 나타나, 6세기 후반에서 7세기 초에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일본 광륭사에 소장된 목조 반가사유상의 제작 추정 연대가 603~616년 사이로 추정되는데, 만약 이 상이 신라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면 국보 제 83호 반가사유상도 600년 전후로 편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동반가사유상의 대좌와 비교할 수 있는 현존 작품으로는 7세기 초에 조성된 봉화 북지리 석조 반가사유상과 경주 송화산 석조 반가사유상의 대좌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보 제 83호의 제작시기 하한을 7세기 초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사진 출처 : 이뮤지엄)

(사진 출처 : 이뮤지엄)

봉화 북지리 석조 반가사유상

(사진 출처 : 국가유산청)


3. 금동반가사유상의 문화유산적 중요한 가치
금동반가사유상은 국보로 지정된 만큼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국외 전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굿즈 활용, '사유의 방' 전시 등을 통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서 그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과거에는 해외 순방 전시를 통해 국내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1) 해외 전시
금동반가사유상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국보급 문화유산들은 1957년 미국, 1961년 유럽, 1970년과 1976년 일본, 1979년 미국, 1996년 미국, 1999년 유럽, 2008년 벨기에 등 다양한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특히, 1957년 미국으로 첫 전시를 떠날 당시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유산 191건이 출품되었으며, 당시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열린 1957년 5월 10일부터 6월 9일까지 개최된 국내 전에서는 총 16만 7천여 명의 관람객을 모을만큼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후 1959년까지 1년 6개월 동안 미국의 8개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이 전시는 한국 문화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에도 순차적으로 진행된 전시회에서 한국 문화유산은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해외전시 한국국보전〉에 전시된 금동반가사유상을 관람하는 이승만 대통령 부부와 김재원 관장

(사진 출처 : 국가기록포털 6-1 이승만대통령내외분한국국보전관람4)


2) 디지털 활용
최근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유산 활용 사례가 증가하면서, 국보 반가사유상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었습니다. 2021년 6월, 인천국제공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으로 3년간 준비하여 전시관을 만들었으며, 한국의 문화유산들이 전시되었습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에 조성된 박물관은 관람객이 거의 없었으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사유의 방'을 준비하며 반가사유상을 대표 브랜드로 추진하던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앙 밀레니엄 홀의 27M 미디어 타워에 디지털 콘텐츠가 제안되었습니다.


3) 사유의 방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위치한 '사유의 방'은 반가사유상 두 점만 전시된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 두 점은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교체  전시 되었기 때문에 1986년, 2004년, 2015년 특별 전시를 제외하면 같은 공간에 함께 놓인 적이 없습니다. '사유와 미소로 공감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아름다운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되게 되었습니다.

반가사유상이 전시된 이 공간에서는 우주의 순환을 보여주는 디지털 콘텐츠 영상과 함께 흙, 계피, 편백을 섞어 바른 벽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이 감각을 자극합니다. 이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며, 인간의 깊은 고뇌와 깨달음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유의 방'은 문화유산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을 넘어, 그 본래 가치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좋은 전시의 사례로 꼽힙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브랜딩화 시도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12일 ~ 2022년 10월 20일 사이의 박물관 방문 목적에서 사유의 방 전시 관람이 주요 방문 목적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콘텐츠 조회수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치를 보여주어 향후 박물관 전시에서 브랜딩화와 문화유산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하였습니다.


4)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한 굿즈 ‘뮷즈(MU:DS)’

굿즈는 일반적으로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이 기획한 상품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박물관에서도 기획한 문화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기획상품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시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금동반가사유상 역시 '사유의 방' 개관을 기념하여 굿즈로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BTS 멤버 RM이 자신의 작업실에 이 굿즈를 두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금동반가사유상이라는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새로운 흐름과 유행에 맞춰 새롭게 재탄생하며, 문화유산을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문화유산과 ‘사유’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참고문헌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신문

국가유산청

문명대,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의 신연구, 강좌미술사 55,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20.

문명대, 국보 83호 삼산보관형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새로운 연구, 강좌미술사 55,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20. 

신소연, 반가사유상 브랜딩의 성과와 과제, 동원학술논문집 24, 국립중앙박물관 동원고고미술연구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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