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벽은 영조연간 활동한 화원으로 고양이와 닭은 매우 잘 그렸습니다. 변상벽은 약관의 나이에 고양이 그림에 명성을 얻기 시작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변상벽은 고양이 그림으로 명성을 얻어가며 ‘변묘(卞猫)’, ‘변계(卞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변상벽이 이렇게 일찍이 동물화에 힘을 쏟았던 이유는 산수화를 배웠으나 이미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넘어설 수 없었기에 한 가지에 정밀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 산수화보다 인기가 적었던 사물들에 눈을 돌렸고, 그중 항상 볼 수 있던 가축들을 자신의 그림에 주제로 삼았습니다. 현재 변상벽의 작품 중 고양이를 소재로한 작품은 15점, 닭을 소재로 한 작품은 14점이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한 조선후기 변상벽의 그림을 중심으로 변상벽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되어 있는 <어미닭과 병아리>(덕수 1810)는 조선의 어느 집 마당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작고 귀여운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소리를 내면서 어미 닭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어미 닭이 잡아준 곤충을 먹으려는 6마리의 병아리, 어미 닭 다리 사이를 신나게 지나가는 병아리, 지렁이를 두고 싸우는 병아리, 누군가 백자에 가득 담아둔 곡식을 쪼아먹는 병아리들까지 조선시대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변상벽은 닭의 깃털도 세세하게 그리고 긴 깃털은 몰골법으로 활달하게 그려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입니다.
변상벽의 닭의 그림이 얼마나 생생했던 가에 대해서는 정약용의 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변산벽모계영자도(題卞相璧母鷄領子圖)
[변상벽이 그린 어미닭과 병아리 그림을 보고 쓰다]
변상벽을 변고양이라고 부르듯이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하네
이번에 다시 닭과 병아리의 그림을 보니 마리마다 살아있는 듯하네
어미닭은 괜스레 노해있고 안색이 사나운 표정
목덜미털 곤두서 고슴도치 닮았고 건드릴까봐 꼬꼬댁거리네
방앗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땅바닥을 후벼 파면서
낟알을 찾아내면 또 쪼는 척하는데 배고픔을 참아내는 어미 마음이야
보이는 것도 없는데 놀라는 푸닥거리 숲 끝에 얼핏 올빼미가 지나가네
정말로 자애로운 그 모성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 누가 뺏으랴
옹기종기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들 황갈색 연한 털 주둥이는 이제 여물은 듯 닭벼슬은 아직도 제 색을 내지 못했고
그 중에 두 병아리는 쫓고 쫓기며 황급히도 어디를 가는지
앞선 놈이 주둥이에 물려 있는 것을 뒤선 놈이 따라가서 빼앗으려는구나
두 놈의 병아리 지렁이를 서로 물고 놓으려 하지 않네
한놈은 어미 뒤에서 가려운 곳을 비비고 한 놈은 혼자 떨어져 배추 싹을 쪼고 있네
형형의 세세 묘사가 핍진하고 도도한 기운이 생동하네
후문에 듣건데 처음 그릴 때 수탉이 오인할 정도였다네
역시 그가 고양이를 그렸을 때 쥐들도 마찬가지였을까
뛰어난 솜씨 그런 경지에 이르니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네
못된 화가들이 산수를 그리면서 거친 필치만 보여주네.
- 정약용, 다산시문집 제6권, 시, 題卞尙璧母鷄領子圖
- 원문 : 한국고전종합DB / 번역문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정약용은 변상벽의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에 감탄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시를 자세히 보면 이 그림과 조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 유사한 그림들이 여럿 그려졌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
전 변상벽, <어미 닭과 병아리>, 160x62cm, | 전 변상벽, <어미 닭과 병아리>, 163.5x53cm, |
변상벽이 그린 이 그림은 중국 오대부터 전해지는 ‘자모계(子母鷄)’의 도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만고궁박물원 소장의 傳 왕응의 <자모계도>가 가장 빠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미닭이 몸을 쑤그려 먹이를 먹이고 있는 모습과 주변에 옹기종기 모이는 주변 병아리들의 모습 등 도상이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 |
|
傳 王凝, <子母雞圖>, 宋, 紙本彩色, 42.5 × 32.4 cm, 대만 고궁박물관 소장.(사진 출처 : 대만고궁박물원) | 『八種畵譜』, 中 「草本花詩譜」, <鷄冠花四種>. | 『芥子園畵傳』, 「草蟲花卉譜」 中. |
그러나 닭의 모습은 차이가 있음을 보이는데, 이는 조선후기 유행하였던 화보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고씨화보(顧氏畫譜)』, 『팔종화보(八種畵譜)』, 『초본화시보(草本花詩譜)』 등을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닭 소재의 그림 의미
고양이와 닭이 회화 소재로 이용되어 문헌에 등장한 것은 중국 송대 부터입니다. 『선화화보』에는 닭과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당대, 오대, 송대의 화가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때 대체로 ‘고양이와 참새’, ‘나비와 벌과 고양이’, ‘닭과 병아리’ 등을 주제로 그려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회화작품들은 조선시대 이후 제작된 것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모(耄)와 발음이 비슷하여 중국에서 장수를 상징하였습니다. 이에 국화, 돌, 나비와 같이 그려지기도 하였으며, 서책을 갉아먹는 쥐를 내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비들이 애호하는 대상이었습니다.
한편 닭은 생김새, 명칭, 고사 등을 통해 수많은 길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변상벽이 그린 어미 닭과 병아리는 함께 묶어 위정자의 덕목이나 유교의 인과 연관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 문헌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손병기, 화재(和齋) 변상벽의 영모화초화 연구, 미술사학 29, 한국미술사교육학회, 2015.
이은하, 조선후기 화조화의 형사성(形寫性), 한국학연구 45,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13.
변상벽은 영조연간 활동한 화원으로 고양이와 닭은 매우 잘 그렸습니다. 변상벽은 약관의 나이에 고양이 그림에 명성을 얻기 시작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변상벽은 고양이 그림으로 명성을 얻어가며 ‘변묘(卞猫)’, ‘변계(卞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변상벽이 이렇게 일찍이 동물화에 힘을 쏟았던 이유는 산수화를 배웠으나 이미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넘어설 수 없었기에 한 가지에 정밀하여 이름을 날리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 산수화보다 인기가 적었던 사물들에 눈을 돌렸고, 그중 항상 볼 수 있던 가축들을 자신의 그림에 주제로 삼았습니다. 현재 변상벽의 작품 중 고양이를 소재로한 작품은 15점, 닭을 소재로 한 작품은 14점이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한 조선후기 변상벽의 그림을 중심으로 변상벽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되어 있는 <어미닭과 병아리>(덕수 1810)는 조선의 어느 집 마당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작고 귀여운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소리를 내면서 어미 닭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어미 닭이 잡아준 곤충을 먹으려는 6마리의 병아리, 어미 닭 다리 사이를 신나게 지나가는 병아리, 지렁이를 두고 싸우는 병아리, 누군가 백자에 가득 담아둔 곡식을 쪼아먹는 병아리들까지 조선시대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변상벽은 닭의 깃털도 세세하게 그리고 긴 깃털은 몰골법으로 활달하게 그려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입니다.
변상벽의 닭의 그림이 얼마나 생생했던 가에 대해서는 정약용의 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변산벽모계영자도(題卞相璧母鷄領子圖)
[변상벽이 그린 어미닭과 병아리 그림을 보고 쓰다]
변상벽을 변고양이라고 부르듯이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하네
이번에 다시 닭과 병아리의 그림을 보니 마리마다 살아있는 듯하네
어미닭은 괜스레 노해있고 안색이 사나운 표정
목덜미털 곤두서 고슴도치 닮았고 건드릴까봐 꼬꼬댁거리네
방앗간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땅바닥을 후벼 파면서
낟알을 찾아내면 또 쪼는 척하는데 배고픔을 참아내는 어미 마음이야
보이는 것도 없는데 놀라는 푸닥거리 숲 끝에 얼핏 올빼미가 지나가네
정말로 자애로운 그 모성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 누가 뺏으랴
옹기종기 어미를 따르는 병아리들 황갈색 연한 털 주둥이는 이제 여물은 듯 닭벼슬은 아직도 제 색을 내지 못했고
그 중에 두 병아리는 쫓고 쫓기며 황급히도 어디를 가는지
앞선 놈이 주둥이에 물려 있는 것을 뒤선 놈이 따라가서 빼앗으려는구나
두 놈의 병아리 지렁이를 서로 물고 놓으려 하지 않네
한놈은 어미 뒤에서 가려운 곳을 비비고 한 놈은 혼자 떨어져 배추 싹을 쪼고 있네
형형의 세세 묘사가 핍진하고 도도한 기운이 생동하네
후문에 듣건데 처음 그릴 때 수탉이 오인할 정도였다네
역시 그가 고양이를 그렸을 때 쥐들도 마찬가지였을까
뛰어난 솜씨 그런 경지에 이르니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네
못된 화가들이 산수를 그리면서 거친 필치만 보여주네.
- 정약용, 다산시문집 제6권, 시, 題卞尙璧母鷄領子圖
- 원문 : 한국고전종합DB / 번역문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정약용은 변상벽의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에 감탄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시를 자세히 보면 이 그림과 조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 유사한 그림들이 여럿 그려졌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변상벽이 그린 이 그림은 중국 오대부터 전해지는 ‘자모계(子母鷄)’의 도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만고궁박물원 소장의 傳 왕응의 <자모계도>가 가장 빠른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미닭이 몸을 쑤그려 먹이를 먹이고 있는 모습과 주변에 옹기종기 모이는 주변 병아리들의 모습 등 도상이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닭의 모습은 차이가 있음을 보이는데, 이는 조선후기 유행하였던 화보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고씨화보(顧氏畫譜)』, 『팔종화보(八種畵譜)』, 『초본화시보(草本花詩譜)』 등을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닭 소재의 그림 의미
고양이와 닭이 회화 소재로 이용되어 문헌에 등장한 것은 중국 송대 부터입니다. 『선화화보』에는 닭과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당대, 오대, 송대의 화가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때 대체로 ‘고양이와 참새’, ‘나비와 벌과 고양이’, ‘닭과 병아리’ 등을 주제로 그려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회화작품들은 조선시대 이후 제작된 것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모(耄)와 발음이 비슷하여 중국에서 장수를 상징하였습니다. 이에 국화, 돌, 나비와 같이 그려지기도 하였으며, 서책을 갉아먹는 쥐를 내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비들이 애호하는 대상이었습니다.
한편 닭은 생김새, 명칭, 고사 등을 통해 수많은 길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변상벽이 그린 어미 닭과 병아리는 함께 묶어 위정자의 덕목이나 유교의 인과 연관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참고 문헌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손병기, 화재(和齋) 변상벽의 영모화초화 연구, 미술사학 29, 한국미술사교육학회, 2015.
이은하, 조선후기 화조화의 형사성(形寫性), 한국학연구 45,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