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조선의 푸른 용 백자에 거닐다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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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가 지나고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다가왔습니다. 용은 동아시아에서 신성한 동물로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왕실 의례에 사용된 자기(磁器)에서 용이 문양으로 사용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헌 기록에서는 보이는 대표적인 자기는 용준입니다. ‘화룡준(畫龍樽)’, ‘화룡사준(畫龍沙樽)’, ‘사준(沙樽)’, ‘백자청화주해(白磁靑花酒海)’ 등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실제 전해지는 문화유산 중 조선시대 제작된 분청사기, 백자에 용을 시문한 사례들이 확인됩니다. 이에 왕실 의례에서 사용된 자기와 함께 분청사기와 백자에서 보이는 용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왕실 의례에서 보이는 용준

용은 봉황과 함께 왕실의 상징적인 문양이다 보니 일반 서민들이 의복과 기물에 사용이 금지된 문양이었습니다.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그 이전 왕조인 고려에서도 유사한 기록이 확인됩니다. 특히 조선에서는 세종연간의 기록을 참고해보면 왕의 가마에는 운룡문, 동궁의 가마에는 준룡문으로 구분할만큼 왕실 내에서도 용의 사용을 세세하게 구분하여 사용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종(靖宗) 9년(1043) 4월 서울과 지방의 남녀들이 수 놓은 비단[錦繡], 금빛 무늬[銷金], 용과 봉황 무늬[龍鳳紋], 능라(綾羅)로 만든 의복을 입는 것을 금지하였다.

『高麗史』 第85卷 志 第39 刑法2, “靖宗九年四月, 禁中外男女錦繡·銷金·龍鳳紋·綾羅衣服.”

대연 (중략) 모두 주(硃)로 칠하고, 황금(黃金)으로써 밖에는 구름속의 용[雲龍]을 그리고, 안에는 구름속의 봉[雲鳳]을 그린다.(후략) 

『世宗實錄』 五禮 嘉禮序例 轝輦 “大輦 (중략) 並漆以硃以黃金外畵雲龍內畵雲鳳 (후략)”

 동궁연 (중략) 주(硃)로써 칠한다. 좌우의 난간 판자에는 다섯 가지의 채색[五彩]으로써 추우(騶虞)·준룡(蹲龍)·백택(白澤)·사자(獅子)를 그리고

『世宗實錄』  五禮 嘉禮序例 轝輦, “東宮輦 (중략) 左右欄板以五彩畵騶虞蹲龍白澤獅子(후략) 


즉 자기에 시문되었을 용의 문양은 궁중에서도 일반적인 생활과 관련하여 사용되었기 보다는 특수한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선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들을 기록해놓은 의궤, 의례서에 자기에 용이 문양으로 시문된 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조선시대에서 대한제국기까지 의례서에서 주준용 백자용준 도설은 총 14건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백자용준이 처음 도설로 등장하는 것은 『세종실록』 「오례의」로 ‘백자청화주해(白磁靑華酒海)’라는 명칭과 함께 그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어 편찬된 『국조오례의서례』에서도 『세종실록』 「오례의」와 유사한 모양의 ‘백자청화주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선후기 『진연의궤(進宴儀軌)』에는 다양한 새, 잠자리, 꽃 등이 함께 장식되어 있는 용준과 별다른 꽃장식 없이 뚜껑을 덮어둔 자기를 도해해둔 그림이 기록되어 있어 용도에 대해서 추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두 기록을 참고하였을 때 용이 문양으로 시문된 자기는 술을 담는 주병이나 국가 행사에서 꽃을 장식해 두는 화병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樽花, 『進宴儀軌』 卷首 圖式 
菜花圖
花樽, 『園幸乙卯整理儀軌』
『世宗實錄』 「五禮儀」 嘉禮條 
尊爵
『國朝五禮儀序例』 吉禮條
祭器圖說 尊


이후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동북아의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청화안료 수급이 어려워졌고, 17세기 전반 동안은 가화용준(假畵龍樽)이나 철화백자용준을 제작하여 청화백자용준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18세기 영조 연간까지 철화백자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18세기 중반에는 자기에 용문을 다시 청화안료를 사용하여 그리게 되었습니다.

"자기(磁器)의 그림에는 예전에 석간주(石間朱)를 썼는데, 이제 들으니 회청(回靑)으로 그린다고 한다. 이것도 사치한 풍습이니, 이 뒤로 용준(龍樽)을 그리는 외에는 일체 엄금하도록 하라."

『英祖實錄』 , 英祖 30年 7月 17日 "磁器之畫, 古用石間朱, 今聞以回靑畫之云。 此亦侈風, 此後則畫龍樽外, 一切嚴禁。" 

이처럼 백자에는 철화안료와 청화안료를 사용한 용준이 공식적으로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분청사기와 백자에서 보이는 용문

조선 초기에는 성현의 기록을 통해 청화백자 문양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세종 때 御器는 백자를 쓰고 세조에 와서 彩磁를 섞어 썼는데 중국에서 回回靑을 구해 樽과 罌, 盃, 觴에 그리니 중국 것과 다르지 않았다.” 

至世祖朝。雜用彩磁。求回回靑於中國。畫樽罍盃觴。與中國無異。 


이 글을 통해 백자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15세기 청화백자 그림의 소재가 운룡이나 송, 죽, 매나 연당초문이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성현이 본 자기의 문양들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정은 광주 우산리 9호, 도마리 1호 등 요지에서 운룡, 송, 죽, 매, 연당초를 그려 넣은 자기 편들이 출토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도판 출처)강성욱, 「왕의 그릇이 만들어진 곳 광주 관요」, 『조선청화, 푸른 빛에 물들다』, 국립중앙박물관, 2014, pp. 38~51.


현재 대형 용준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분청상감용준입니다. 이 용준은 영국박물관 소장의 원대 청화백자 형식과 유사하여 중국에 영향을 받아 제작했던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분청사기 뿐만 아니라 의례서에 청화백자가 도해되어 있기에 청화백자에 운룡이 시문된 예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5,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 거의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섯 개의 발을 가진 오조 용준은 현재 전하고 있지 않아 금강산 유점사의 동종에 부조로 새겨진 오조(五爪) 운룡상이나 호암미술관 소장의 삼조(三爪)의 운룡문병,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청화백자의 사조(四爪) 운룡문으로 조선전기 운룡문의 양상을 추정할 뿐입니다.

<분청사기 상감운룡문호>, 높이 48.5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2411, (사진 출처 : 이뮤지엄)<전 유점사 동종>, 조선, 1491, 높이 67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2151(사진출처 : 이뮤지엄)<백자청화운룡문병>, 높이 25cm, 삼성문화재단(사진출처 : 문화재청)


17세기에는 청화안료 수급이 어려워 가화로 용준을 대체하다가 철화안료로 사용한 백자들이 제작되었습니다. 17세기 청화백자 제작이 어려웠으나 민간에서 구해 보관했던 기록들이 남아 있어 당시 청화백자에 용문이 시문되었던 사례가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현재에는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한 보물 1점과 대체로 옥션에서 출품된 17세기 작품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17세기에는 철화백자와 청화백자가 공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철화백자는 해학적인 요소를 가진 용문들이 다수 남아있으며, 용문의 질이 높은 청화백자는 매우 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8세기 부터는 안정적으로 수급하면서 순백의 백자에 푸른 용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철화백자운룡문호>, 높이 45.8cm,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철화백자운룡문호>, 높이 32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1836
<청화백자운룡문호>, 높이 53.9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4073




참고문헌

방병선, 「雲龍文 분석을 통해서 본 조선 후기 백자의 편년 체제」, 『미술사학연구』220, 한국미술사학회, 1998.

최건, 「청화백자 용준의 성격과 전개」, 『동원학술논문집』3, 국립중앙박물관, 2013.

최건, 「청화백자에 용준이 갖는 의미 - 특히 17, 18세기를 중심으로 - 」, 『동양미술사학』3, 동양미술사학회, 2015.

구혜인, 「조선시대 주준용 백자용준의 문양과 왕실 의례와의 관계」, 『미술사학보』48, 미술사학연구회, 2017. 

오영인, 「조선 초기 용준, 분청사기 상감 운룡문 호의 특징과 성격」, 『문화재』55, 국립문화재연구원, 2022.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청화, 푸른 빛에 물들다』, 국립중앙박물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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