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가나디 닮은” 백제 기대(器臺) 이야기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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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디 닮은” 백제 기대(器臺) 이야기

— 작고 귀여운 첫인상 국가유산을 바라보는 대중적인 이미지


1. 들어가며: 왜 하필 ‘가나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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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처음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학술 용어보다 먼저 문화유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첫 인상을 받습니다. 어떤 유물은 당당하고, 어떤 것은 날카롭고, 또 어떤 것은 뜻밖에도 ‘귀엽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제의 기대(器臺), 즉 그릇받침 가운데 한 점이 유독 ‘귀여움’의 대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각 면에 투공과 하트 모양의 투창이 뚫려 있어 형태가 눈에 띄지만, 사실 기대를 자주 접해 온 사람들에게는 완형으로 출토된 좋은 자료 정도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비슷한 유물도 많은데, 하필 이 기대만 갑자기 ‘가나디’처럼 귀엽다고 불리게 된 걸까요?

*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백제 기대 / 폭력적인 기대 구도 이미지 출처 : 국가유산청 인스타그램


겉으로 보면 통통한 몸체에 구멍이 뚫려 있고 아래로 퍼지는 형태가 작은 눈과 입을 가진 강아지 캐릭터처럼 보이는데, 우연히 인기 캐릭터였던 듀 가나디와 99.9% 일치하는 이목구비를 보여주면서 이 백제 기대는 듀상님으로 SNS에 회자 되었습니다.

 

2. 가나디를 닮은 기대 발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관북리 유적 발굴조사 결과는 2009년 보고서로 발간되었습니다. 보고서에 수록된 기대는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2003년 발굴 과정에서 기와가 깔린 구간을 걷어내던 중 그 아래에서 온전한 형태로 확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 KBS 뉴스 klab.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인터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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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대도 이렇게까지 귀엽게 느껴질까요? 웅진·사비기 출토 기대들을 살펴보면, 관북리 유적에서 발견된 ‘가나디 기대’만큼 완형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처럼 묘하게 귀여운 미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흔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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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높이 45cm,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32128
기대, 높이 57.4cm,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2688기대, 높이 44cm,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2689


가나디와 비슷한 이목구비로 보이게 된 데에는, 땡그란 눈처럼 느껴지는 투공과 하트를 뒤집어 놓은 듯한 투창이 큰 역할을 한 듯합니다. 이 구멍은 가마에서 굽는 과정에서 토기 옆면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기능적 장치였을 가능성과, 장식적 의도로 뚫었을 가능성이 함께 추정됩니다.

한편 기대는 본래 의례용품이었기 때문에, 의례가 끝나면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완형으로 남기보다 파편으로 출토되거나 깨진 상태로 확인되는 사례가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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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나디를 닮은 백제 기대의 이미지 인식 변화

2003년 발굴로 세상 밖에 나온 이 기대는 2009년 보고서에 수록되며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관북리 유적 출토 기대에 대한 관심은 주로 하트 문양처럼 보이는 투창에 집중되었고, 유물 전체가 주는 인상이나 이미지 자체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16년 ‘세계유산 백제전’에서 관북리 출토 기대가 전시되었을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되긴 했지만,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국가유산채널과 국가유산청 인스타그램이 이 유물을 ‘가나디를 닮은 백제 기대’로 공식 소개하면서 반응이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유물이 아니라 “듀물”이라 부르거나, “듀 가나디의 조상님”이라는 뜻으로 “듀상님”이라 부르는 등 재치 있는 별칭을 만들어 내며 뜨거운 호응을 보였습니다.

  • 전문가: 하트형 투창이 있는 완형 기대군, 백제인의 미감을 볼 수 있군.

  • 대중: 귀여워, 듀상님…


4. 국가유산을 바라보는 사람들

국가유산을 둘러싼 대중의 관심은 늘 동일한 방식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어떤 유산은 역사적 의의나 학술적 가치로 먼저 알려지지만, 대중들은 전혀 모르는 국가유산 일 수 있으며, 전해지는 수가 많아 학술적으로 최고의 가치가 있지 않더라도 또 어떤 유산은 “귀엽다”, “예쁘다”, “힙하다” 같은 감각적 인상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도 합니다. 최근 ‘가나디 기대’처럼 특정 유물이 하나의 캐릭터처럼 소비되는 현상은, 국가유산이 더 이상 전문가의 언어로만 유통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그렇다면 이런 소비는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첫째, 국가유산에 대한 접근 장벽 감소
국가유산은 낯선 용어와 어려운 맥락 때문에 ‘멀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귀여움, 별칭, 밈 같은 가벼운 언어는 대중의 긴장을 풀고 “일단 한 번 보게 만드는 힘”을 갖습니다. 관심은 이해의 전제입니다. 흥미가 붙어야 추가 탐색이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유산의 시대·용도·제작기술 같은 깊은 층위로 내려갈 발판이 마련됩니다. 이러한 지점은 현 국가유산 체제에서 가장 눈 여겨 봐야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둘째, 국가유산의 사회적 생명력을 연장
유산은 보존된 물건이면서 동시에 ‘현재 사회에서 의미가 계속 재생산되는 대상’입니다. 사람들이 유산을 이야기하고, 공유하고, 다시 찾아보는 행위는 유산을 살아 있게 만듭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유산을 일상 언어로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관심층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국가유산의 가치를 더욱 확산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교육·홍보 방식의 문
캐릭터화가 언제나 잠깐의 소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왜 그렇게 보이는가”를 묻는 순간, 형태·기능·장식·제작기술까지 설명이 연결됩니다. 기대의 투공과 투창이 갖는 기능적 가능성, 의례용품이라는 성격, 출토 맥락 같은 내용을 단계적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즉, ‘귀여움’은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본 콘텐츠가 소비되는 과정에서 관북리 유적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더 활발하게 공유되고 소비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은 국가유산의 가치를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감각의 실마리 중 하나입니다. 다만, 국가유산에 대해 희화화 하거나 그 가치를 훼손하고 폄하하게 된다면 다소 지양해야 하겠지만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현 국가유산청의 마스코트화가 되어 있는 경산 토기의 예를 잇는 재미있는 현상으로 힙한 국가유산의 향유 방법. 다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문헌

국가유산청 공식 누리집 및 인스타그램

국가유산채널 공식 누리집 및 인스타그램

국립부여문화연구소 공식 누리집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부여 관북리백제유적 발굴보고Ⅲ, 2009

짤쓸사람(듀 가나디 작가) 공식 인스타그램

[크랩] 동그란 눈, 옹졸한 입... 이게 백제시대 유물이라고요? / 2025년 10월 6일 기사 / KBS

노형석, 한국인의 '심쿵 DNA'... 백제인이 하트를 사랑한 이유는? / 2022년 11월 21일 기사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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