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검은색 갓 '흑립', 시대의 아이콘이 되다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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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화유산 추천에서 소개해 드릴 우리의 문화유산은 바로 '갓'입니다.




1.  과거와 현대의 경계에 선 한국의 전통모자

   최근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속에서 우리의 전통유산인 ‘갓’이 색다른 방식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한 댄스 프로그램 경연에서는 ‘악몽’과 ‘저승사자’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댄서들이 갓을 착용하고 펼친 단체 군무 퍼포먼스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된 글로벌 OTT의 K-pop 소재 애니메이션에서는 작중 ‘저승사자’ 집단이 남자 아이돌로 위장하여, 전통복식인 갓과 K-pop을 결합한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연출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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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오늘날 전통 모자 ‘갓’은 과거의 산물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 문화 콘텐츠 속에서 재해석되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소재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재질, 색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전해지는 갓 가운데서도 흑칠을 한 갓인 ‘흑립(黑笠)’이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아, 대중매체에서 상징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근대까지 널리 쓰였던 ‘갓’과, 오늘의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떠올리는 갓의 모습이기도 한 ‘흑립'.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대중문화 속에서 갓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자리 잡은 ‘흑립’을 중심으로, 우리의 전통모자 ‘갓’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조선 선비의 멋, 갓 

   우리의 전통 모자 ‘갓’은 순우리말로, 한자로는 ‘입(笠)’ 또는 ‘입자(笠子)’라 표기합니다. 본래 갓은 햇볕과 비바람을 가리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의 쓰개였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재료·형태·제작법 또한 다양해지면서, 점차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관모(冠帽)’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갓은 남성들이 외출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예복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1) 갓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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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일반적으로 갓은 형태상 크게 ‘대우[帽子]’ ‘양태(涼太)’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덮는 원통형 모자 부분인 ‘대우’는 머리 상투를 덮어 보호하는 부분으로, 주로 말총[馬蔥]이나 대나무를 엮어 단단하게 만들어집니다. 대우의 둘레를 따라 둥근 차양을 이루는 ‘양태’는 얼굴을 햇볕으로부터 가려주는 역할로, 가는 대나무 실[竹絲]을 촘촘히 꼬아서 제작됩니다.

   조선시대에 ‘갓’은 대우 제작과 양태 제작, 마지막으로 조립과 옻칠 마감까지각 단계별로 전문 장인이 맡아 완성하는 분업 제작 방식으로 생산이 이루어졌습니다.


(2) 갓을 쓰는 일, 착립(着立)

   다양한 종류와 독특한 형태적 특징을 지닌 갓은 예로부터 선비의 인격이 배어나는 단정한 매무새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의관(衣冠)을 정제(正齊)하다.  옛 선비들이 격식을 갖추어 두루마기나 도포를 입고 갓을 쓰거나 사모관대를 차려 입고 옷매무시를 바르게 하는 것 

    

   옛말에 ‘의관(옷과 갓)을 정제(바르고 가지런하게)하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갓은 단순한 모자를 넘어 선비의 품격과 태도를 완성하는 마지막 한 끗이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시대 머리카락은 선비의 몸이자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그 위에 올려 쓰는 갓은 선비 그 자체로서 신분의 귀천을 드러내는 중요한 물품으로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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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착립 着笠

갓의 착용은 〔망건〕 → 〔탕건〕 → 〔갓〕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갓을 쓰기 앞서 먼저 ‘상투’를 틀어 머리를 정돈한 뒤, 머리카락을 끌어 올려 정수리 지점에서 틀어 감아올려 매고, 거기에 등곳을 꽂아 고정시켰습니다.
상투를 틀고 나면 머리카락이 아래로 흘러내려오지 않게 이마 위로 ‘망건’을 둘렀습니다.
망건 상부에는 반달 모양의 ‘풍잠’을 달아 갓이 뒤로 넘어가지 못하게 고정시키고, 양쪽 측면에는 당줄을 꿰기 위한 작은 고리인 ‘관자’를 달았습니다.



(3) 갓의 유래와 변천(着立)

   우리나라 사람들이 갓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고구려 고분벽화 등을 통해 이미 삼국시대부터 쓰였던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아는 갓은 고려시대에 서민들이 즐겨 쓰던 ‘패랭이’에서 비롯되었으며, 공민왕 대에 관리들의 관모로도 제정되면서 신분·관직 등을 보여주는 사회적 기능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갓은 한층 양식미를 갖춘 공예품으로 발전하여, 조선 선비들의 필수품이자 애용품으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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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무덤 '감신총(龕神塚)' 전실에 그려진 기마 수렵 인물도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댓개비로 엮어 만든 '패랭이', 조선시대, 국립민속박물관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3.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갓 흑립(黑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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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태적으로 패랭이와 초립의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된 흑칠을 한 갓, ‘흑립’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관모로, 일반적으로 ‘갓’이라고 하면 흔히 흑립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 말기에 확립된 갓의 형태와 규격에 대한 제도[笠制]가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면서 흑립은 조선왕조 오백년 간 사대부의 관모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단아한 형태를 지닌 흑립은 우리 민족 특유의 멋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통 갓의 전형으로 평가받습니다.
신윤복·강이오, 〈풍속산수화〉, 조선후기, 국립중앙박물관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1) 시대의 미의식과 유행의 반영

    ‘대우’와 ‘양태’로 이루어진 갓의 기본 구조는 조선시대 동안 큰 틀에서 변하지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대우의 높이나 양태의 넓이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선 초기의 갓은 대체적으로 둥글고 양태가 넓은 형태를 보였지만, 중기로 이르러 대우의 꼭대기가 평평해지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전형적인 조선 갓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점차 갓의 크기가 거대해져, 대우는 가늘면서 높게 솟고, 양태는 어깨를 덮을 정도로 넓어졌는데, 이러한 변화는 양반층의 신분 과시와 미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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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가 높고 양태도 넓은 18~19세기 갓의 형태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대우가 낮고 양태가 좁은 20세기 초 갓의 형태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이후 19세기로 들어서면서 갓의 크기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고, 고종 대 두 차례의 의관 개혁을 거치며 양태가 좁아진 ‘소형 갓’이 등장하면서 근대시기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2) 용도에 따라 색을 달리한 흑립

    조선시대 갓은 일반적으로 검은 옻칠을 한 흑색이 기본이었지만, 쓰임새에 따라 그 색을 달리하여 상황에 맞게 착용이 이루어졌습니다.

흑립 黑笠
백립 白笠
주립 戰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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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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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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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조선시대 남성들이 의례, 외출 시 주로 쓴 검은색 갓. 대오리·말총으로 대우와 양태를 짜고, 이를 포, 베로 짠 다음 흑칠.조선시대 남성이 국상이나 부모상을 당했을 때 착용한 갓. 흑립과 형태가 같지만 흰색으로 제작되었으며, 삼베 갓끈을 턱에 묶어 착용.조선시대 문신 당상관이 왕의 행차 수행, 사신으로 외국 파견, 국난을 당했을 때나 무관이 융복을 입을 때 착용하는 붉은색 갓


(3) 선비의 전유물에서 서민들의 일상복으로

    조선시대 속담에는 “법은 흑립을 쓴 사람에게 시행하기 어렵다”, “소작을 주는 지주들은 노비·친구·흑립에게 주지 말라”와 같은 말이 전해집니다. 여기서 ‘흑립’은 곧 ‘양반’을 의미하며, 오랫동안 갓은 선비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1894년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양반과 중인뿐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갓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어 1895년에는 천인층까지 갓 착용이 허용되며, 의관 제도에서 귀천의 구별이 사라지고 갓은 모든 계층의 생활 속 복식으로 확산되었습니다.



4. 전통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갓은 단순히 햇볕을 가리는 모자에서 그치지 않고, 시대마다 새로운 의미를 덧입으며 변화해 왔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신분과 예법을 상징하는 관모이자, 일상에서 폭넓게 쓰인 생활용품이었으며, 현재는 드라마·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속에서 한국적 미감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자리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를 잇는 우리 전통모자 ‘갓’은 과거의 유산이 현대의 상상력과 미학을 만나 새롭게 재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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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복식으로서 선비 정신·지조·위엄를 표상하는 상징성과 동시에 장식미를 아우르는 유산인 갓은 오늘날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담은 아이콘으로 일상 속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갓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창작되어 또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줄지 무척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참고문헌

- 서울역사박물관, 『운종가 입전(笠廛), 조선의 갓을 팔다』, 서울역사박물관, 2020.

- 박형박, 「朝鮮時代 笠(黑笠)의 造形性에 관한 연구」,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6.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 국가유산진흥원.

- 국립고궁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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