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화유산 추천에서 소개해 드릴 우리의 문화유산은 바로 '호작도'입니다.
1. 글로벌 콘텐츠가 불러온 호작도 열풍
최근 한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공개된 K-pop 소재의 애니메이션 콘텐츠에서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虎鵲圖)’를 모티브로 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 낯설지만 익숙한 우리 전통 속 동물 조합이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작품의 세계적인 흥행 여파로, 호작도를 소재로 제작한 국립박물관의 굿즈도 함께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상품들이 품절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 요소를 활용한 굿즈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 전통 회화 속 도상과 상징들이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하여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호작도로 대표되는 우리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에 주목하여, 전통 회화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관련 민화 작품들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2.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1) 호랑이와 까치, 호작도
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호작도’는 ‘작호도’라고도 부르며, 소나무가 마련한 공간에 자리한 호랑이[虎]와 호랑이를 향하여 짖어대는 까치[鵲]를 주제로 다룬 그림을 말합니다. 호작도는 우리나라 민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서, 현재 시기적으로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이르는 많은 수의 작품들이 다양한 화풍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세기의 민간화가들이 그린 호작도 그림
(2) 길상(吉祥)과 벽사(僻邪)의 상징, 호랑이
전통 회화에 등장하는 동물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호랑이’는 단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호랑이가 우리 문화 속에서 맹수로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대상이자 동시에 그 무서움으로 인해 숭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던, 복합적인 인식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 이러한 우리 민족의 호랑이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은 때로는 호랑이를 신성하게 여기며, 숭배의 대상으로서 회화 등의 예술형식 속에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의미가 강조된 상징으로 나타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은유적으로 의인화되어 ‘길상(나쁜 액운을 막음)’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형태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호작도는 길상적 의미를 담은 그림에 가까우며, 호랑이와 까치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르고자 한 소망이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작도 속에서 호랑이는 잡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막는 ‘수호자’로, 까치는 기쁘고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로서 그 상징과 역할이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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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려움의 대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호환(虎患)’, 즉 호랑이로 인한 피해와 관련된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단순한 맹수를 넘어, 실제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실질적인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심지어 조정에서는 호환 방지를 위해 호랑이 전문 사냥부대인 ‘착호갑사(捉虎甲士)’를 둘 정도로, 호랑이는 때로 사회 체제에 혼란을 가져다주는 재난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호작도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위협적인 맹수의 이미지와는 달리,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된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간 익살스럽게 묘사된 호작도 그림을 보면 대체적으로 호랑이 이마의 표범 무늬, 몸의 줄무늬, 원형 문양으로 표시된 관절 부위, 크게 그려진 발 등의 표현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표현한 민화 속 호랑이 표상은, 어떻게 보면 당대 민중들이 호랑이를 맹수이자 ‘호환’의 주인공보다는, 아마도 ‘산신(山神)’처럼 나쁜 기운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에 더 가깝게 여겼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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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작도, 조선, 157.0 × 91.0cm, 건희 4089, 국립중앙박물관 |
어쩌면 현재의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호작도 속 호랑이의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이상 호랑이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복을 불러오는 길상적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서 생긴 시대적 흐름의 변화가 그림 속에서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요?
3. 다채롭게 표현된 전통 회화 속‘호랑이’
전통 회화 속 호랑이는 여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오늘날의 우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통해 전통 회화, 흉배, 나전칠기 등 다양한 문화유산에 등장한 ‘호랑이’를 주제로 한 영상 콘텐츠 〈어흥, 호랑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그림 속 호랑이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해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산군(山君)으로서의 호랑이가 지닌 용맹함은 물론 민화 호작도에서 보이는 유쾌하고 친근한 매력까지 함께 조명하며, 전통 속 호랑이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단 이미지 클릭시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의 새로운 실감콘텐츠 ‘어흥, 호랑이’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디지털 실감 콘텐츠, 〈어흥, 호랑이 – 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참고문헌
- 김원용, 안휘준, 『한국미술의 역사 :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시공사, 2003.
- 윤진영, 『민화의 시대 : 민화와 궁중회화의 경계에 관한 조망』, 월간민화, 2022.
- 한유진, 「민화의 주술적 기원과 상징성 : 호랑이 그림을 중심으로」, 『인문과학연구』 No.41,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4.
-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문화유산 추천에서 소개해 드릴 우리의 문화유산은 바로 '호작도'입니다.
1. 글로벌 콘텐츠가 불러온 호작도 열풍
최근 한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공개된 K-pop 소재의 애니메이션 콘텐츠에서 조선시대 민화 ‘호작도(虎鵲圖)’를 모티브로 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 낯설지만 익숙한 우리 전통 속 동물 조합이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작품의 세계적인 흥행 여파로, 호작도를 소재로 제작한 국립박물관의 굿즈도 함께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상품들이 품절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 요소를 활용한 굿즈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 전통 회화 속 도상과 상징들이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하여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호작도로 대표되는 우리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에 주목하여, 전통 회화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관련 민화 작품들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2. 민화 속 호랑이와 까치
(1) 호랑이와 까치, 호작도
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호작도’는 ‘작호도’라고도 부르며, 소나무가 마련한 공간에 자리한 호랑이[虎]와 호랑이를 향하여 짖어대는 까치[鵲]를 주제로 다룬 그림을 말합니다. 호작도는 우리나라 민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서, 현재 시기적으로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이르는 많은 수의 작품들이 다양한 화풍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9세기의 민간화가들이 그린 호작도 그림
<그림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그림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2) 길상(吉祥)과 벽사(僻邪)의 상징, 호랑이
전통 회화에 등장하는 동물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호랑이’는 단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호랑이가 우리 문화 속에서 맹수로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대상이자 동시에 그 무서움으로 인해 숭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던, 복합적인 인식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호랑이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은 때로는 호랑이를 신성하게 여기며, 숭배의 대상으로서 회화 등의 예술형식 속에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의 의미가 강조된 상징으로 나타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은유적으로 의인화되어 ‘길상(나쁜 액운을 막음)’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형태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호작도는 길상적 의미를 담은 그림에 가까우며, 호랑이와 까치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르고자 한 소망이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작도 속에서 호랑이는 잡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막는 ‘수호자’로, 까치는 기쁘고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메신저로서 그 상징과 역할이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그림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3) 두려움의 대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호환(虎患)’, 즉 호랑이로 인한 피해와 관련된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단순한 맹수를 넘어, 실제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실질적인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심지어 조정에서는 호환 방지를 위해 호랑이 전문 사냥부대인 ‘착호갑사(捉虎甲士)’를 둘 정도로, 호랑이는 때로 사회 체제에 혼란을 가져다주는 재난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호작도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위협적인 맹수의 이미지와는 달리,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된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간 익살스럽게 묘사된 호작도 그림을 보면 대체적으로 호랑이 이마의 표범 무늬, 몸의 줄무늬, 원형 문양으로 표시된 관절 부위, 크게 그려진 발 등의 표현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표현한 민화 속 호랑이 표상은, 어떻게 보면 당대 민중들이 호랑이를 맹수이자 ‘호환’의 주인공보다는, 아마도 ‘산신(山神)’처럼 나쁜 기운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에 더 가깝게 여겼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호작도 속 호랑이의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이상 호랑이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복을 불러오는 길상적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서 생긴 시대적 흐름의 변화가 그림 속에서도 반영된 것이 아닐까요?
3. 다채롭게 표현된 전통 회화 속‘호랑이’
전통 회화 속 호랑이는 여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오늘날의 우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통해 전통 회화, 흉배, 나전칠기 등 다양한 문화유산에 등장한 ‘호랑이’를 주제로 한 영상 콘텐츠 〈어흥, 호랑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그림 속 호랑이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해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산군(山君)으로서의 호랑이가 지닌 용맹함은 물론 민화 호작도에서 보이는 유쾌하고 친근한 매력까지 함께 조명하며, 전통 속 호랑이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단 이미지 클릭시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의 새로운 실감콘텐츠 ‘어흥, 호랑이’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디지털 실감 콘텐츠, 〈어흥, 호랑이 – 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참고문헌
- 김원용, 안휘준, 『한국미술의 역사 : 선사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시공사, 2003.
- 윤진영, 『민화의 시대 : 민화와 궁중회화의 경계에 관한 조망』, 월간민화, 2022.
- 한유진, 「민화의 주술적 기원과 상징성 : 호랑이 그림을 중심으로」, 『인문과학연구』 No.41,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4.
-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