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미술] 중생을 깨우치는 부처의 원만한 울림, 성덕대왕신종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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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화유산 추천에서 소개해 드릴 우리의 문화유산은 

바로 ‘성덕대왕신종’입니다.




1.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범종 소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지난 3월  ‘공간_사이’라는 새로운 감각전시실을 개관하여, ‘한국 범종의 소리’를 주제로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앙에 설치된 대형 LED 화면 구조체는 범종의 거대한 존재감을 구현하면서, 음파를 시각화한 영상과 함께 실제 타종이 이루어지는 듯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성덕대왕신종의 맥놀이 현상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우퍼스피커를 배치하여 범종음에 대한 청각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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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덕대왕신종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옥외 별도로 마련된 종각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국보급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더 이상의 타종은 진행되진 않지만, 대신 매 정각-20분-40분 간격으로 방송되는 녹음된 종소리를 통해 그 울림은 여전히 우리 곁에 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범종의 소리는 성덕대왕신종이 지닌 깊고 웅장한 울림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 년을 이어온 이 범종의 소리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이제 그 울림의 주인공인 성덕대왕신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성덕대왕신종

    신라의 경덕왕(景德王, 재위 742~765)이 아버지인 성덕왕(聖德王, 재위 702~737)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주조한 성덕대왕신종은 국내에 남아있는 가장 큰 규모의 종으로 현재까지도 타종이 가능하면서도 손상 없이 그 형태를 유지해 온 통일신라의 범종입니다. 높이 3.66m, 입지름 2.27m, 두께 11~25cm의 크기이며, 무게는 정밀측정 결과 19.9톤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 맥놀이 현상과 에밀레종 

(하단 사진 클릭시 국가유산채널 해당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영상 4분 20초부터 녹음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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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국가유산채널 - 경주 9부 세상을 울리는 그 소리, 성덕대왕신종

   한국의 범종은 웅장한 소리와 더불어 긴 여운을 특징으로 하며, 이러한 종의 긴 공명 현상을 ‘맥놀이 현상’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긴 여음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성덕대왕신종은 세간에 떠도는 ‘아기를 시주하여 넣었다’는 설화로 인해 꽤 오랫동안 본명 대신 ‘에밀레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종에 얽힌 이 설화는 범종의 제작 과정에서 어린아이를 넣고 종을 완성하였기에 꼭 종소리가 어미를 부르는 것 같다는 내용으로, 일반적인 시주를 모으는 모연(募緣) 활동과는 달리 ‘인신공양’인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설의 기원과 실제 불교에서 종을 치는 목적을 함께 살펴보면, 범종에 얽힌 인신공양 설화는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 다분히 과장된 이야기로 보는 견해가 현재로서는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교에서의 타종은 자기자신의 해탈을 넘어 많은 중생을 구제하는 ‘대승적’ 자비 사상을 바탕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濟度)하기 위한 행위로 이해됩니다. 이러한 맥락은 성덕대왕신종에 새겨진 명문 서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릇 지극한 도는 형상 밖의 것을 아우르고 있으므로 보아도 그 근원을 볼 수 없다.

큰 소리는 천지 사이에 진동하므로 들어도 그 울림을 들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가설을 열어서 삼승의 심오한 가르침을 보게하게 하고

신령스러운 종(神鐘)을 내걸어서 ‘일승의 원음(一乘之圓音)’을 깨닫게 한다。


   이 명문은 부처의 말씀과도 같은 ‘일승의 원만한 소리’가 종을 통해 울려 퍼짐으로써 모두가 복을 받고, 고통받는 중생이 구제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곧 성덕대왕신종에 담긴 참뜻과 그 역할을 보여주는 것으로, 종을 완성하고자 살아있는 아이를 공양했다는 설화는 이러한 제작 목적과는 상반되며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더불어 최근 과학적으로 이루어진 성분 분석에서도, 구리와 주석의 합금을 주재료로, 미량의 납·아연 그리고 극소량의 황·철·니켈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성분인 ‘인’이 종에서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아희생에 관한 설화는 결국 사실적 근거가 부족한, 민간에서 파생된 미신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설화가 오랫동안 민간에서 유행했다는 사실은 성덕대왕신종이 완성되기까지 제작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로도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2) 외형과 세부 형태

   성덕대왕신종은 외형과 조형미 면에서도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범종으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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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의 각 부분 명칭 - 성덕대왕신종 도식도 <그림 출처: 국가유산진흥원>


   몸체 상부부터 보면, 종을 매다는 고리 역할을 하는 ‘용뉴(龍鈕)’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용뉴는 한 마리의 용이 목을 구부려 천판(天板)에 입을 붙인 형태로, 뒤로는 공명을 돕는 굵은 '음통(音筒)'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양발을 반대 방향으로 뻗어 힘차게 내딛고 있는 용뉴의 역동적인 자세는 통일신라 범종 가운데 가장 크고 세밀한 표현 묘사로 평가받습니다. 

   천판 아래 상대(上帶)에는 안쪽에 넓은 잎의 모란당초(牡丹唐椒)문을 넣어 유려하게 부조하였으며, 가장자리의 아래 단은 연주(聯珠)문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상대 하단 양쪽에는 연꽃봉오리 형태로 돌출된 장식인 ‘연뢰(蓮雷)’가 방형 곽틀의 ‘연곽(蓮廓)’ 안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연곽마다 연뢰는 9개씩 새겨졌으며, 성덕대왕신종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작은 돌기형 대신 납작한 연꽃 모양으로만 표현되어 있어 이 점이 다소 독특한 부분입니다. 


c14fc8ba4551b.png   중앙과 하대에는 명문과 함께 손잡이 달린 병향로를 받쳐 든 공양자상(供養者像)의 모습이 조각되었습니다. 공양자상은 연꽃으로 된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몸을 약간 옆으로 돌린 채, 두 손으로 가슴 앞에서 향로의 손잡이를 받쳐 든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방석 아래부터는 모란당초문이 구름처럼 흩날리며 공양자상을 감싸고, 그 머리 위로는 여러 겹의 천 자락이 비스듬히 치솟아 하늘로 뻗어 있습니다.


   몸체에 새겨진 4구의 공양자상은 앞·뒷면에 새겨진 명문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서로 마주 보도록 몸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명문에 담긴 내용, 곧 성덕왕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이를 간절히 염원하는 모습으로 해석되며 일반적인 범종과는 다른 성덕대왕신종만의 독특한 구성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3) 통일신라의 범종

   우리나라의 범종은 삼국시대 불교 전래 이후 제작되어 사용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국내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범종은 통일신라 725년(성덕왕 24) 제작된 ‘상원사 동종’이며, 그 뒤를 이어 771년에 완성된 ‘성덕대왕신종’이 있습니다. 이 두 종은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과 함께, 완전한 형태로 국내에 전해지는 통일신라 시대 범종 3구로 분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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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오대산 상원사 동종 (725년)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성덕대왕신종 (771년)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청주 운천동 출토 동종 (9세기 중엽 추정)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양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범종을 보면 이미 8세기의 이른 시기부터 중국, 일본과는 차별화된 독자적인 외형과 세부 형태를 갖추게 된 것으로 봅니다. 특히 타종 시 한국의 범종은 울림소리가 웅장하고 그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되어, 동아시아 범종 가운데서도 뛰어나고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것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3. 중생을 구제하는 법구, 범종

   흔히 ‘불교 공예품’을 가리키는 法具(법구)는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의식용구’와 의식이 거행되는 법당을 장식하는 ‘장엄용구’를 통칭하는 것으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종교적 수행과 신앙에 있어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범종’은 울려 퍼지는 소리로 절에서 대중을 모으고, 시간과 의식을 알리는 중요한 법구로 오랜 시간 기능해왔습니다. 

(하단 사진 클릭시 국립중앙박물관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디지털기술과 미디어아트로 재현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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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전시실 공간_사이 - 성덕대왕신종의 울림 모습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신문>


    불교에서의 타종은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그 소리는 지옥에 빠져 끊임없이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행해져 왔습니다. 성덕대왕신종은 바로 이와 같은 범종의 정신을 온전히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한 종의 타격음을 넘어서, 천 년을 이어온 맑고 깊은 울림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소리를 듣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마음의 평온과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 『삼국유사』

- 국립경주박물관, 『聖德大王神鍾』, 국립경주박물관, 1999.

-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국립경주박물관, 2023. 

- 국가유산청, 『문화재대관 국보 금속공예』, 국가유산청, 2008.

- 최응천, 『한국의 범종 : 천년을 이어온 깨우침의 소리』, 미진사, 2022. 

- 강소연, 「강소연의 한국미술 통론: 【4】통일신라 시대_범종이란 무엇인가 ‘一乘之圓音’의 구현 <성덕대왕신종>」, 『문학/사학/철학』 79, 한국불교사학회 한국불교사연구소, 2024.

- 국가유산청 

- 국립경주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진출처

- 국립경주박물관 현장 사진들은 모두 한국전통미술융합진흥원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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